겨울추위가 스며들기 시작하는 이 맘때는
한반도 전역에서 김장을 서두르게 된다.
알맞게 소금에 절이고 씻은 배추에
찹쌀죽도 걸쭉하게 쑤어서 풀어넣고,
서해바다 남해바다에서 건져올려 잘 삭힌 멸치액젓, 새우젓에
무우채, 파, 갓, 그리고 다진 생강 마늘도 넣고
태양에너지를 가득 머금고 자라서 잘게 빻아진 고춧가루까지
갖은 양념에 버무려져서 비벼지는 종합예술이 아니던가.
맛을 돋구기위해
지방마다 또는 그 집안의 내력에 따라 특별한 양념을 넣기도 한다.
가족 친화력, 협동심, 이웃간의 품앗이로 빛나는 김장......
아삭아삭 사각사각 씹히는 김치에
보쌈을 해먹는 날이기도 하다.
김치는 우리 민족의 영원한 웰빙 발효식품으로
겨우내, 그리고 내년 봄이 지나도록
우리 입맛을 지키는 파수꾼이 될 것이고,
한결같은 고향의 맛, 향토의 맛을 전해줄 것이다.
오랜시간 잘 익힌 묵은지가 되어서도
김치찌개. 고등어조림과도 어우러지고
삶은 감자, 고구마와도 어울리면서
끼니때마다 우리의 밥상을 책임질 것이다.
김치를 먹다, 묵다, 씹다, 깨물다.
아하, 김치의 맛과 향이
고향의 향수처럼 입 안 가득히 터져나온다.
햇빛과 바람과 비,
자연이 준 흙의 선물에
농부들의 땀과 노고까지 기억할 수 있으면!
기다림의 미학, 김치.
'김장하는 날'의 기쁨은 두 배로 커질 것이다.